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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씨마크호텔 루프탑, 전망이 먼저인 공간에 놓인 우드그레인

강릉 씨마크호텔의 루프탑 인피니티풀 데크는 백사장과 청록빛 동해가 정면으로 열리는 자리입니다. 수평선이 가장 넓게 펼쳐지는 곳, 전망이 이미 완성되어 있는 공간이죠. 이런 자리에서 가구의 역할은 오히려 분명해집니다. 풍경을 앞서지 않으면서, 공간에 중심을 만드는 것.

해랑이 이 데크에 놓은 것은 선셋파라솔입니다. 택한 조합은 아이보리 패브릭과 우드그레인 프레임. 둘 다 오션뷰를 의식한 선택이었습니다. 전망이 완성된 공간에서 가구는 두 갈래 중 하나를 택하게 되죠. 존재를 드러내거나, 풍경에 조용히 스며들거나. 씨마크호텔이 택한 쪽은 후자였습니다.

물빛 사이의 아이보리, 그리고 우드그레인

아이보리는 바다를 마주한 자리에서 의외로 신중해야 하는 색입니다. 너무 희면 한낮의 빛에 뭉개지고, 너무 진하면 앞에서 전망을 가로막죠. 빛을 머금되 시선은 막지 않는 자리, 아이보리는 그 사이에 있습니다.

우드그레인 프레임은 이 공간에서 특히 의미가 있었습니다. 선셋파라솔의 프레임은 본래 풀 알루미늄입니다. 가볍고 녹슬지 않아, 바닷바람과 직사광선이 종일 닿는 자리에서도 구조가 오래 버팁니다. 우드그레인은 그 알루미늄 위에 목재의 결을 입힌 마감이죠. 내구성은 그대로 두고, 금속 특유의 차가운 인상만 덜어냅니다. 물과 자연 풍경이 가득한 곳에서 차가운 금속 구조물은 쉽게 튀지만, 우드그레인은 전망을 해치지 않으면서 공간의 온도를 한 단계 낮춰줍니다.

매일 바람을 받는 자리의 기준

선셋파라솔은 풀 알루미늄 프레임과 프리미엄 아크릴 패브릭으로 만든 상업용 야외 파라솔입니다. 바닷가에 상시 설치되는 파라솔은 소품이라기보다 구조물에 가깝습니다. 직사광선과 바닷바람, 습기를 매일 받아내야 하니까요.

파라솔에서 가장 말썽이 잦은 곳은 두 군데, 프레임(살대)과 패브릭(원단)입니다. 살대는 바람을 반복해 받으면 피로가 쌓이고, 패브릭은 자외선과 수분에 색이 바래죠. 해랑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바로 이 둘을 모두 교체할 수 있는 구조라는 점입니다. 문제가 생겨도 전체를 버리지 않고 그 부품만 갈면 됩니다. 매 시즌 새로 사는 파라솔이 아니라, 한 번 제대로 갖춰 오래 두는 파라솔. 씨마크호텔처럼 기준이 분명한 공간이 후자를 택하는 이유입니다.

설치 당일, 데크에 파라솔이 자리를 잡자 공간이 한 번에 정리되는 인상이었습니다. 인피니티풀과 바다, 빈 데크가 따로 놀던 자리에 중심이 생기고 전망이 더 잘 읽혔죠. 그늘을 더한다기보다 공간에 질서를 준다는 쪽에 가깝습니다. 멀리서 보아도 정돈된 인상을, 가까이서 보아도 소재의 완성도를. 이번 설치의 기준은 그 하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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